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인간의 성격을 이야기할 때는 히포크라테스가 기원전 400년에 개발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히포크라테스는 침착한 사람들은 점액 수치가 높다고 여겨 ‘점액질’이라고 묘사했으며, 낙관적인 사람들은 혈액이 많다고 생각해 ‘다혈질’이라고 묘사했고, 우울한 사람들은 ‘우울’ 농도가 높아 ‘우울질’이라고 여겼으며, 또 짜증을 잘 내는 사람들은 담즙이 많고 ‘담즙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체액의 균형이 성격 유형에 차이를 빚는다고 결론 내렸는데요.
성격에 생물학적 기반이 있다는 히포크라테스의 관점은 기분과 행동을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같은 뇌의 화학물질(신경전달물질)과 연결하는 현대 이론가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격은 기분과 기질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마음과 성격을 이해하고자 시도한 가장 유명한 이론 중 하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접근입니다.
성격에 대한 정신 역동적 설명
정신분석학적 접근법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적인 동기와 욕구가 행동을 결정한다고 가정하는데요. 프로이트는 마음을 설명하는 몇몇 가상 모형을 개발했고, 행동의 원인과 그에 따른 성격 발달을 설명하고자 무의식적 추동이라는 개념을 탐구했습니다.
프로이트는 다양한 단계에 걸쳐 인간의 성격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탐구했고, 어린 시절에 일어난 사건들이 나중에 어떻게 행동과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인식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서서히 프로이트의 원리에서 벗어나 인간을 무의식적인 동기의 희생자라고 여기기보다는 좀 더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접근법으로 옮겨갔는데요.
성격과 생리학
초기 성격 이론가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비슷하게 성격이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며 이는 근본적인 것이어서 바꾸기 어렵다고 여겼습니다. 예를 들어 1954년에 윌리엄 셸던은 세 가지 체형에 따라 사람들을 나누고 이런 신체 차이를 성격의 다양성과 연결했습니다. 셀던은 체형과 성격이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내배엽형은 느긋하고 외향적인 경향이 있으며, 중배엽형은 대체로 에너지고 넘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외비엽형은 두려움이 강하고 자제하는 경향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1. 내배엽(endomorphic ; 뚱뚱하고 말랑말랑한 체형) : 사교적이고 느긋한 경향.
2. 외배엽(ectomorphic ; 마르고 연약한 체형) : 내향적이고 자제하는 경향.
3. 중배엽(mesomorphic ; 근육질이고 탄탄한 체형) :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경향.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냉혹하고 무자비하다.
셸던은 남자 대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해 이 이론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았는데요. 그는 1) 모범 학생, 2) 불량 학생, 3) 불량 범죄 학생이라는 세 범주에 들어맞는 학생들을 찾고, 이들의 사진을 수집해 각각을 내배엽, 외배엽, 중배엽 체형 중 하나로 등급을 매겼는데, 그 결과 비행의 수준이 높을수록 평균적으로 중배엽 등급이 많았다고 합니다.
만약 셸던의 연구 결과에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지더라도 주의해서 살펴봐야 하는데요. 셸던은 남학생만 연구했으며, 이는 그 결과를 여성 인구에게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또한 무엇을 ‘불량’으로 간주하는지에 대한 견해는 시대와 문화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성격을 파악하기에는 적당한 척도가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연구는 인과 관계를 입증하지 못합니다. 중배엽 체형을 타고난 사람들은 이런 신체 조건 때문에 남다른 취급을 받고 낙인이 찍혔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때문에 불량한 행동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성격은 단순히 체형과 연관 짓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며, 지금은 다양한 요소가 성격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상호작용주의 견해가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대심리학은 성격과 체형이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격 요인
현대 이론가들은 성격 특질이 행동의 기반을 이루는 개별적 특성이라기보다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이라고 보는데요. 즉 우리 모두가 많든 적든 각각의 특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을 특질의 연속선상에 놓고 각 개인이 특정한 특질을 얼마나 많거나 적게 지니고 있는지 평가하고 비교합니다.
한스 아이젱크가 개발한 매우 유명한 성격 이론은 영향력이 큰 만큼 동시에 논란도 일으켰는데요. 베를린에서 태어난 아이젱크는 1934년에 런던으로 옮겨와 런던 정신의학연구소에 심리학과를 창설했습니다. 그는 인종과 IQ의 관계를 연구한 조사로 심리학계에서 논란이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성격 연구는 정신 역동 접근법에 대안을 제공했고, 현대 인지행동치료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이젱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 모즐리 병원에서 성격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요.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 700명을 대상으로, 그는 이전 시대 이론가들처럼 설문지를 만들어 성격 특질을 측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1969년에 만든 성격 검사였고, 1975년에는 이를 개선한 아이젱크 성격 질문지(Eysenck Personality Questionnaire(EPQ))가 나왔습니다.
아이젱크는 성격을 외향성과 신경성이라는 두 특질의 연속체상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젱크 성격 질문지 검사에서 외향성에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전반적으로 상당히 활달하다고 봤으며, 신경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사교성이 부족하고 당황하기 쉽다고 봤습니다.
아이젱크는 성격과 신경계 작용을 연결해 이론에 생물학적 요소를 추가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신경계 각성 수준이 낮으므로 어떤 종류든 정서적 각성을 느끼려면 외부 자극과 흥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반대로 무척 내향적인 사람은 선천적으로 각성 수준이 높거나 쉽게 각성되는 신경계를 타고났으므로 자극이 거의 필요 없고 흥분되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을 회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중에 아이젱크는 이 성격 이론에 정신증적 경향성(psychoticism)을 추가했는데요. 그는 이 특질을 테스트테론 수준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정신증적 경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고 공격적이며,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성 수감자 2422명의 표본이 통제 집단보다 세 가지 성격 특질에서 모두 더 높은 평균 점수를 받았다는 아이젱크의 연구 결과를 비롯해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발견됐는데요. 이는 극단적인 성격 유형이 범행 특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모든 연구가 그렇듯, 이런 타고난 성격 요인이 행동을 유발하는지, 아니면 행동 그 자체와 그로 인한 결과가 아이젱크 설문지에 대한 참가자의 응답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그 선후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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