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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현대 지각 연구의 기초를 마련한 ‘게슈탈트 심리학’

by 7hinking 2024. 4. 9.

20세기 독일에서 기능주의와 구성주의에 대응하여 등장한 게슈탈트 심리학은 전체가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현대 지각 연구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됩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전체로서의 형태, 모양이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어 ‘게슈탈트(Gestalt)’를 사용해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며 인간은 어떤 대상을 개별적 부분의 조합이 아닌 전체로 인식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심리학파 입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1900년대 초 독일에서 발전한 심리학 사조로서 구성주의 심리학에 반대하여 “전체는 부분의 합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지각된 내용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고 분리된 자극들을 의미 있는 유형으로 통합하는 데 초점을 두고 학습, 기억, 문제해결 등의 지적 활동에서 지각 중심적인 해석을 강조한 심리학이며, 독일의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 1880-1943)와 쾰러(Wolfgang Kohler, 1887-1967), 그리고 코프카(Kurt Koffka, 1886-1941)에 의해 이론화되었습니다.

 


파이 현상

게슈탈트 심리학의 기초가 된 것은 심리학자 막스 베르트하이머의 간단한 관찰이었는데요. 그가 발표한 논문 <운동 지각의 실험적 연구>는 착시와 운동에 대한 인간 지각을 다뤘는데, 그는 실제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을 때도 우리는 동작이나 움직임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지 영상 여러 장이 눈앞을 매우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경우, 우리는 이를 동영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베르트하이머는 1910년 여름, 기차에서 어린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새로운 관찰을 했는데, 이후 그는 이 관찰을 ‘파이 현상(phi phenomenon)’이라고 불렀습니다. 베르트하이머의 고전적 파이 현상 실험에서는 회전하는 순간노출기(일정 시간 동안 시각 자극을 제시하는 실험용 장치) 바퀴에 낸 좁은 틈으로 빛을 통과시켜 가현 운동(Apparent motion ;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움직이는 듯 느껴지는 겉보기 운동) 인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모든 기본 감각을 분리해서 인간 경험을 조사하는 구성주의 체계로는 파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고, 게슈탈트 심리학은 이런 가현 운동을 개별적인 감각 요소로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작을 관찰할 때 개인의 신경계는 입력 정보(이 경우에는 영상)를 단편적인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동시에 여러 감각 경험을 동원해 이해합니다. 따라서 시각으로 입력된 정보가 즉시 마음속에서 완전한 동영상으로 존재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동영상을 본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베르트하이머는 이러한 지각현상을 토대로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내놓았는데요. 인간의 심적 활동은 부분의 인지의 합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항상 전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베르트하이머는 가현 운동이라는 지각현상을 연구하면서 게슈탈트 심리학을 출발시켰으므로 지각 연구는 게슈탈트 연구의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들이 어떻게 유의미한 전체 형태로 체제화되는지 결정짓는 기본 원리들을 기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전체’에 관한 이러한 강조는 게슈탈트 심리학자로 하여금 지각적 조직화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원리들을 주목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독일어로 ‘형태’ 또는 ‘전체 형상’을 의미하는 ‘게슈탈트’는 움직임의 전체 또는 통합이 모든 개별 요소들의 합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겼으며, 나중에 출간된 저작물에서는 이 원리를 ‘단순성의 법칙law of Prägnanz’이라고 불렀습니다.

 

가현 운동의 역학은 베르트하이머가 관찰하기 전에도 이미 알려져 있었다. 사실 영화 산업에서는 60년 넘게 실용적으로 사용해 왔고, 베르트하이머가 논문을 발표하기 이전에도 가현 운동의 여러 특성이 밝혀져 있었습니다.


볼프강 쾰러

가장 유명한 게슈탈트 심리학자는 아마도 볼프강 쾰러일 텐데요. 쾰러는 감각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어 게슈탈트 개념을 유인원의 문제 해결 연구에 적용했습니다. 제 1차 세계 대전 중 테네리페섬에서 유인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쾰러는 유인원들이 목표물에 도달하고자 장애물을 극복하는 현상을 관찰했는데요.

 

여러 차례의 실험에서 그는 장벽 뒤편이나 미로를 통과해야 하는 곳에 음식물을 놓았고, 고양이와 개에게 실시한 초기 실험에서 동물들은 음식물에 접근하기까지 시행 착오를 거치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침팬지들은 처음에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놓인 바나나를 가지려고 뛰어 올랐지만 실패하자 좌절하고 분노하다가 나중에는 울타리 안에 있는 장난감과 물체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음식물을 손에 넣었습니다. 몇몇 침팬지는 상자를 쌓았고, 술탄이라는 침팬지는 짧은 막대기 두 개를 이어서 바나나에 닿는 장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체와 자극 간의 관계를 보면서 통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인원의 능력은 개별 감각 반응만을 조사해서는 행동을 설명할 수 없으며, 상호작용하는 여러 요인을 이해해야 한다는 게슈탈트 접근법의 가정을 뒷받침했습니다.

 

베르트하이머, 쾰러, 쿠르트 코프카와 그 제자들은 게슈탈트 접근법을 지각, 문제 해결, 학습 및 사고 등 다른 영역의 문제에까지 확장해서 적용했습니다. 이후에는 게슈탈트 원리가 동기, 사회, 심리학, 성격에도 적용되었습니다.


게슈탈트 요법

1940년대에 이르자 게슈탈트 운동을 창시한 사람들은 독일 나치 정권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영향력을 뻗었고, 그 곳에서 프리드리히 펄스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개발한 심리치료 접근법이 탄생했습니다.

 

게슈탈트 운동의 최초 이상과 직접 이어져 있지는 않지만 이 치료법도 전체 개체를 고려하고, 현재 맥락에서 전인의 기능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관심을 갖습니다. 다시 말해 게슈탈트 요법은 현재의 순간과 개인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게슈탈트 요법은 현재 경험에 인지 통찰력을 사용하고 마음챙김을 강조해 치료받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웠을 삶의 영역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창의성을 탐색하게 격려합니다. 이 치료 접근법은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행동, 정서, 느낌, 지각, 감각의 자기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데요. 1951년에 펄스는 직접 실행한 연구와 임상 기록을 바탕으로 <게슈탈트 요법(Gestalt Therapy : Excitement and Growth in the Human Personality>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1951년에 이 책을 출간한 직후 펄스는 뉴욕 게슈탈트 치료 연구소를 설립해 게슈탈트 요법 치료사들을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대 이후 별개의 심리학학파로 살아남지는 못했지만 게슈탈트 심리학은 현실을 인식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착시와 관련된 초기 실험과 유인원의 문제 해결 실험까지 게슈탈트 심리학은 전체의 인식이 우리 현실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의 합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공헌

게슈탈트 심리학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는 것을 조직하려는 기본적인 경향성이 있다는 것과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것을 강조했는데요.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심리현상의 단위성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경험을 개별적인 요소로 분석하는 빌헬름 분트의 내성법에 반기를 들었으며, 또한 그들은 행동을 개개 자극-반응 단위로 분리하고 행동 맥락을 무시하는 행동주의자의 견해도 비판했습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패턴의 어떤 요소들이 함께 속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법칙을 만들어 냈으며, 또한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문제해결에서 통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처음에는 문제의 부분들이 서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갑작스런 통찰과 함께 부분들은 일시에 해결책 속으로 적합화된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문제해결에 관한 대부분의 초기 연구들을 수행했습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베르트하이머가 주창했지만 그의 동료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게슈탈트 심리학자이며 작가인 코프카와, 게슈탈트 심리학을 자연과학 분야로 승격시키고 문제해결 연구에 적용한 쾰러가 대중화했습니다. 코프카와 쾰러는 게슈탈트 심리학을 미국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쾰러는 존경받는 심리학자로서 1959년에는 미국심리학회(APA) 회장으로 추대되었으며, 그는 게슈탈트 심리학과 행동주의 심리학의 장점들을 포용한 심리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지 심리학적 관점을 선호하던 심리학자들은 쾰러의 조언을 따랐습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학습, 기억, 문제해결 등의 지적 활동에서 지각중심적인 해석을 강조했으며, 인지 심리학 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