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봤을 때 당신은 그냥 지나칠 건가요? 대부분의 사람이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우리의 생각과 연구 결과는 정 반대입니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경향을 보이는게 사실인데요. 명백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는 행동하지 않고, 침묵하는 관찰자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행동을 가리켜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고 합니다.
키티 제노비스 사건
‘방관자 효과’ 연구에 불을 붙인 것은 악명 높은 키티 제노비스 사건입니다. 키티 제노비스 사건(Murder of Kitty Genovese)은 1964년 3월 13일 뉴욕주 퀸스에서 캐서린(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에게 강간살해당한 사건으로,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뉴욕주 퀸스 지역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28살의 여성이 일하던 술집에서 야간당번을 마치고 귀가하던 새벽 3시쯤 한 수상한 남성에 의해 무참히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칼에 찔린 제노비스는 비명을 질렀고 아파트에 살던 동네 사람들은 불을 켜고 사건을 지켜보았고, 불을 켜고 지켜보던 사람 중 한 명이 사건 장소로 오지 않는 대신 "그 여자를 내버려 두시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가해자 모즐리는 바로 도망을 쳤고, 제노비스는 난자당한 몸을 이끌고 어느 가게 앞으로 드러누웠는데요. 그러자 가해자 모즐리는 다시 돌아와 그녀를 다시 공격하고 강탈한 다음 죽게 내버려 뒀습니다. 다른 이웃이 발견해 그녀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그녀는 도중에 사망했습니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는 ‘살인을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37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많은 사람이 제노비스가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도 도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이 기사는 그 당시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는데요. 그러나 이후에 뉴욕타임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실 제노비스가 공격받은 것을 알면서도 도우려고 나서지 않았던 이웃은 두 명뿐이었으며, 그 중 한 명은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이것을 보고 뉴욕타임스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에 대해 비판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웃이 공격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돕지 않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그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는 쉽게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여러 차례에 걸쳐 실제로 나타났고,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방관자가 개입하는 조건
<착한 사마리아인 주의 : 지하 현상인가?Good Samaritanism : An Underground Phenomenon?>(필리아빈, 로딘과 필리아빈Piliavin, Rodin & Piliavin, 1969)
필리아빈은 어떤 사람에게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방관자가 개입하도록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조사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연구가 최대한 현실성을 띨 수 있도록 뉴욕 공공 지하철에서 조사를 실시했고, 평일 점심 시간대에 특정 지하철 노선으로 이동한 남녀 총 4450명을 관찰했는데요. 그들은 연구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7분 30초 동안 정차하지 않는 구간이 있는 두 열차를 선택했습니다.
연구는 연구원 네 명이 서로 다른 출입문을 이용해 열차에 탑승했으며, 남성 연구원 한 명이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를 연기하고 나머지 세 명이 관찰하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차량 중앙에 서 있다가 열차가 첫 번째 역을 지날 때 앞으로 휘청거리면서 쓰러졌고, 피해자는 두 가지 상태 중 한 가지를 연기했습니다.
1. ‘음주’ 상태 : 술 냄새를 풍기면서 종이봉투로 감싼 병을 들고 있다.
2. ‘지팡이’ 상태 : 술에 취하지 않은 모습으로 지팡이를 가지고 있다.
실제 상황에서 피해자 역할을 한 연구원을 도우려고 나서는 비율은 비교적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방관자가 피해자에게 도움이 필요한 이유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았는데요. 피해자가 지팡이를 들고 있었던 경우에는 65차례 시도해서 62차례 도움을 받은 반면, 음주 상태로 보였던 피해자는 38차례 시도해서 19차례 도움을 받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방관자가 도움을 제공한 전체의 60퍼센트는 한 명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도우려고 나섰습니다.
방관자 효과
1970년, 심리학자 빕 라타네와 존 달리는 방관자 효과 현상을 설명하는 의사 결정 모델을 제안했는데요. 두 학자는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 각 개인은 책임감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경우 책임을 공유하게 되고, 우리는 자기 대신에 다른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거나 도와야 한다고 느낀다는 것인데요. 이 현상을 가리켜 ‘책임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는 심리학 용어로 ‘평가 우려(evaluation apprehension)’라는 사고방식에 시달리기도 하는데요. 이는 문제를 잘못 평가해서 남들에게 비판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무지(pluralistic ignorance)’도 작용하는데요. 만약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왜 아직 아무도 돕는 사람이 없을까? 어쩌면 애초에 도울 필요가 없거나 도움을 바라지 않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라타네와 달리가 1968년에 수행한 조사 이후에 제시된 모델인데요. 이 연구에서는 남학생들을 각자의 방에 배치하고 그들은 마이크를 이용해 별도의 방에 있는 다른 학생들과 토론에 참가할 예정이었습니다. 토론 주제는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학습’이었는데요. 토론을 하던 중에 학생인 척하던 실험 협력자가 발작을 일으키는 소리를 냈고, 라타네와 달리는 참가자가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가상의 집단이 클수록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게 나타났는데요. 이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에 방관자 집단의 크기가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라타네와 달리는 다른 연구에서 다른 집단 구성원의 반응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학생 참가자들은 자기가 있던 방에 연기가 가득 찼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면, 연기가 난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혼자 있을 때(75퍼센트가 연기가 난다고 보고했다)보다 낮게 나온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10퍼센트가 연기가 난다고 보고했다) 즉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수동적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보면 연기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된다고 라타네와 달리는 결론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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