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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소수가 다수의 행동과 마음을 바꾸기 위한 ‘소수 영향’

by 7hinking 2024. 4. 8.

우리는 현상을 유지하거나 주목받지 않으려고 다수가 속한 집단의 행동에 순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간은 조직 속에서 튀기보다는 전체와 어울리려는 충동이 강하므로 다수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남의 주장에 자기의 의견을 일치시키거나 보조를 맞춘다는 뜻의 동조는 개인이 자기 소견이나 신념을 바꾸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소수가 다수의 행동을 바꾸려 한다면 다른 다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내보이는 행동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신념도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중한 의사소통과 조정이 필요합니다.

 


소수의 행동 양식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소수는 매우 신중하게 주장을 펼쳐야 합니다. 세르주 모스코비치(Serge Moscovici) 같은 심리학자는 소수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는 데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주요 행동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가 주장한 몇 가지 주요 행동 요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 일관성 : 소수는 주장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소수가 자기주장에 흔들리지 않는 듯이 보이므로 다수가 자신의 신념을 재평가하게 된다.

□ 자신감 : 소수는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만한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자기 입장이 옳다고 단호하게 믿으면서 자기주장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 편견 없는 태도 보이기 : 편견 없는 주장은 추론을 바탕으로 하며,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대응이 아니라는 뜻이다.

 

1969년, 모스코비치는 일관성 있는 소수의 주장이 다수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각 조건마다 참가자 네 명에게 실험 협조자 두 명을 배치했는데요. 이들에게 채도가 다양한 파란 슬라이드들을 보여준 다음, 그 슬라이드가 무슨 색인지 물으며, 한 조건에서는 실험 협조자 두 명이 슬라이드가 녹색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다른 조건에서는 실험 협조자들이 질문 시간 중 3분의 2는 녹색이라고 대답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파란색이라고 진술했습니다. 통제 조건에서는 실험 협조자가 없었고, 참가자들은 슬라이드가 파란색이라고 올바르게 진술했는데요. 모스코비치는 이 실험에서 일관성이 없는 소수는 다수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소수가 일관성을 나타내는 경우 다수는 전체 질문 시간 중 8퍼센트에서 파란색 슬라이드를 녹색이라고 진술할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됐습니다.


사회 변화에 영향 미치기

소수가 사회를 바꾸려면 모스코비치 같은 연구자들이 인지한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소수는 당면 쟁점에서 관심을 끌고, 현재 다수의 신념과 소수가 다수에게 주입하고 싶은 신념 사이에 ‘인지 충돌(cognitive conflict)’을 일으켜야 한다. 이는 사회의 현재 위치와 소수가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강조하는 시위와 캠페인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소수는 자기 관점이 올바르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일관된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1800년대 초에 시작한 여성 참정권 운동은 청원과 시위, 광고 같은 수단으로 쟁점에 관심을 모았고, 이는 1928년 7월 2일에 21세 이상의 모든 여성이 투표할 기회를 얻을 때까지 끝나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지지하는 소수의 시위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쟁취될 때까지 오랜 세월 동안 일관성 있게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일부 소수 집단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대의에 얼마나 진심인지 증명하기 위해 위험을 자초하기도 하고, 대중의 인식을 높이려고 커다란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이를 가리켜 ‘증분 원리(augmentation principle)’라고 하는데요. 가장 유명한 예로는 소극적 저항의 한 형태로 단식 투쟁을 했던 간디, 여성 투표권을 얻기 위해 투옥을 불사했던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을 들 수 있습니다. 좀 더 최근 사례로는 아버지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분장을 하고 고층빌딩을 오르는 파더스 포 저스티스(Fathers 4 Justice)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소수 집단에게는 인간은 남들과 다르게 받아들여 지고 싶지 않아한다는 장벽이 있습니다. 우리는 날때부터 받아들여 지기를 바라며, 소수의 주장이 현상에서 지나치게 멀리 벗어나면 일탈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위험이 있습니다. 불법이거나 남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행동을 한다면 이런 위험을 더욱 커지는데요. 예를 들어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종종 비판받는 행동으로 그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하기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유로 2020 축구선수권대회 스폰서였던 폭스바겐에 항의한 시위였습니다. 당시 한 시위자가 뮌헨 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를 방해하려다, 자신이 타고 있던 모터 패러글라이더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두 사람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린피스 한 활동가는 전날 독일과 프랑스 유로 2020 F조 1차전이 열린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장에 낙하산을 탄 채 불시착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경기장 지붕에 있는 카메라와 충돌했고, 잔해들이 관중석 위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리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었습니다. 일부 파편은 디디에 데샹 프랑스팀 감독 인근으로 떨어지기도 했는데요. 낙하산에는 'KICK OUT OIL'(석유를 몰아내자), '그린피스'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라며 "법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규탄했었는데요. 그린피스는 이에 대해 고의가 아니었다며 사과를 표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