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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범죄 행동의 원인을 추적하는 ‘범죄심리학’

by 7hinking 2024. 4. 5.

범죄는 개인의 공격 행동부터 대규모 기업 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요. 범죄심리학은 놀랍도록 흥미로운 연구 분야인 동시에 하나의 중대한 이론으로 뒷받침하기에는 어려운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범죄자 심리 연구에서 중요한 발전 사항을 간략히 살펴보고, 범죄심리학이 탄생한 후 지금은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롬브로소와 범죄자의 원시적 특징

19세기 말, 이탈리아 의사 체사레롬브로소는 이탈리아 범죄학 학교를 설립하고 범죄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선구자였습니다. 롬브로소는 범죄자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같은 속도로 진화하지 못한 사람들이며, 생물학적 열등감을 드러내는 신체 특징을 기준으로 가려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이를 가리켜 ‘원시적(atavistic)’특징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고대의’ 또는 ‘조상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나이가 롬브로소는 특정 범죄자 유형이 구체적 특징을 보인다고 주장했는데요. 예를 들어 살인자는 눈이 충혈되고 매부리코를 가졌으며, 성범죄자는 입술이 두껍고 귀가 앞으로 튀어나왔다는 것 등 이었습니다.

 

롬브로소는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들을 부검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론을 세웠으며, 연구 대상 중 40%가 실제로 그런 특징을 지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비교할 통제 집단이 없으므로 어쩌면 그저 전체 인구 중 40%가 그런 특징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요. 또한 신체 특징과 범죄 행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인과관계로 성립하지는 않으며, 실제로는 남과 다른 얼굴 특징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바람에 범죄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롬브로소의 이론은 대부분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론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내용으로, 우리의 일부 구성원은 선천적으로 열등한 유전자를 타고 난다고 암시하며, 신뢰할 수 있는 증거도 없이 차별 사상을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결함 있는 이론이라도 비판을 통해 진보를 이끌어 내며, 여전히 롬브로소는 초기 범죄학 연구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범죄 행동의 생물학적 원인

생물학적 특징이 원인이 되어 범죄를 유발한다는 개념은 특히 강력 범죄와 관련하여 여전히 인기 있는 이론입니다. 이런 생물학적 이론은 대개 공격 행동 및 범죄에 대한 ‘병적 소질-스트레스 모형’으로 이어집니다. 즉, 우리는 유전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특정 행동을 하기 쉬운 경향을 타고날 수도 있지만, 그 행동을 실제로 발현시키는 것은 환경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유전적 특징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생각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고, 이와 관련해서는 XYY 염색체 이론을 살펴봐야 한다고 합니다.


XYY 염색체 이론

XYY 증후군(XYY syndrome)은 인간 남성이 Y염색체가가 하나 더 있어서 일반 46개의 염색체가 아닌 총 47개의 염색체가 있는 성 염색체 이수성 증후군을 의미합니이다. 초남성 증후군, 야콥 증후군, 제이콥스 증후군으로도 불리는데요. 이 증후군은 47,XYY 핵형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1,000명의 출생 남아(男兒) 가운데 1명에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남성 신생아 약 1,000명 중 1명은 Y염색체를 하나가 아니라 두 개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요. 일반인 집단에서는 이렇게 XY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비교적 드물지만, 교도소 수감자 중에서는 흔한 편이라고 합니다. XYY 염색체를 가진 남성은 대체로 정상적으로 발달하지만, 산만함이나 과잉행동 등의 학습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이런 경향이 현대의 삶이 요구하는 사항들과 맞물리다 보면 XYY 남성 중 높은 비율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에이드리언 레인은 유전적 원인이 범죄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했는데요. 그는 1993년까지 실시된 쌍둥이 범죄 행동 연구를 모조리 검토했는데요. 이 연구들에서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범죄 행동 비율이 비슷할 확률리 훨씬 더 높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범죄자면 나머지 한 명도 범죄자일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이는 범죄를 저지르는 데 유전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시사하지만,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분리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환경이 행동의 유사성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1984년 사르노프 메드닉(Sarnoff Mednick)을 비롯해 여러 학자들이 실시한 초기 연구에서는 덴마크에서 입양된 범죄자들을 친아버지 및 양아버지와 비교했습니다. 연구팀은 친부모나 양부모에게 전과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입양인의 전과 비율을 측정했는데요. 그 결과 재산 범죄 전과와 관련해서는 입양인과 친부모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강력 범죄 전과에 대해서는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관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적 원인을 분리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입양인들도 생애 초기에는 친부모와 보내는 경우가 많고, 이후에도 연락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스 아이젱크는 성격 차이가 범죄 행동의 근본 원인이지만 환경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 모두가 이런 차이를 일으킨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젱크는 외향성, 신경성, 개정판에서는 정신증적 경향성까지, 특정한 성격 특질을 식별할 수 있는 설문지를 개발했으며 환경과 생물학적 특징이 이런 성격 특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외향적이고 스릴을 추구하는 사람은 신경계의 각성이 충분하지 않아서일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신경계를 활성화하라면 자극이 더 많이 필요하므로, 신경계를 활성화하여 다른 사람들이라면 덜 극단적인 행동으로도 경험하는 흥분을 느끼기 위해 스릴을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더 강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범죄 행동을 할수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신경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자극에 무척 빠르게 반응하는 과민한 신경계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말싸움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처럼 환경에서 비롯되는 자극에 과민한 반응을 나타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분출하게 됩니다.

 

비평가들은 아이젱크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기가 대단히 어려우며, 그가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만든 설문지로 자기충족적 예측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영향과 범죄 행동

 범죄 행동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살펴볼 분야는 사회의 역할입니다. 1939년 에드윈 서덜랜드(Edwin Sutherland)는 어떤 사람이 범죄자가 되려면 2가지 요인인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첫째로 범죄 행동을 지지하는 특정한 가치를 배워야 하고, 둘째로 범죄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이론을 가리켜 ‘차별적 접촉 이론(differential association theory)’이라고 합니다. 이 이론은 범죄자는 주로 어울리는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인데요. 범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만들어진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주요 연구에서 얻은 몇몇 통찰들만 소개했지만, 광범위한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을 하나로 콕 집어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동시에 불가능하다는 것만은 분명한 듯 합니다. 범죄 행동의 원인은 다양한 범죄만큼이나 복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