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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인간의 공격성은 유전일까? 후천적 환경성일까?

by 7hinking 2024. 4. 5.

인간의 공격성과 폭력 행동의 원인을 조사하려면 애초에 공격성을 어떻게 정의할지부터가 문제라고 합니다. 동물들은 대게 먹이나 영역을 확보하려 할 때와 같이 명백한 이유로 싸우는 폭력 패턴을 보이지만, 인간은 의도와 집단 역학의 복잡성 등으로 공격성을 분류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공격성은 자원을 획득하려 할 때는 약탈이 목적이고, 위계에서 지배력이나 새로운 위치를 확립하려 할 때는 사회성을 띠며, 개체를 보호하려고 할 때는 방어적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공격성 뒤에 숨은 생물학 및 행동 이론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공격성과 뇌

수많은 증거에 따르면 편도체는 공포 반응을 조절할 뿐 아니라 공격성과 폭력성을 중재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편도체는 측두엽 전방의 피질 내측에 위치하는데요. 모양이 아몬드처럼 생겨서 그리스어 'almond(편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편도체는 감정, 특별히 공포와 공격성을 처리하는 핵심적인 뇌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1939년 하인리히 클뤼버(Heinrich Klüver)와 폴 부시(Paul Bucy)는 동물 연구를 실시하여 공격성과 편도체가 서로 연관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들의 연구에서 관자엽을 제거한 원숭이들은 공포를 거의 나타내지 않았고, 놀라울 만큼 유순해졌는데요. 당시 이것을 클뤼버—부시 증후군(Klüver-Bucy syndrome)이라고 불렀던 이 현상을 좀 더 자세히 연구해보니, 원숭이의 편도체에서 일어난 간섭 현상일 가능성이 높았다고 합니다. 뇌에서 그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했을 때 공포와 공격성에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공격성도 편도체 손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1966년 텍사스대학교 타워에서 총기 난사를 저질렀던 찰스 휘트먼은 그런 공격을 일으킨 폭력 충동 때문에 어떻게 도움을 구했는지 적은 짧은 유서를 남겼는데요. 그를 부검한 결과 편도체를 압박하는 종양이 발견됐고, 이 종양이 그의 행동을 변화시켜 16명을 살해하는 결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간헐적 폭발 장애(IED)라는 정신 질환에서 볼 수 있듯이, 편도체가 꼭 손상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 쉬운데요. 또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인식하는 과제를 잘 해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뇌 스캔을 실시하면서 얼굴 감정 인식 과제를 수행한 연구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얼굴 모습을 보았을 때 간헐적 폭발 장애 환자들의 편도체는 다른 참가자들의 편도체보다 더 높은 활성을 보인다고 하는데, 이때의 반응 차이가 간헐적 폭발 장애 환자들이 나타내는 극단적이고 갑작스러운 공격성을 설명하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그들의 뇌는 지각된 위협에 다르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1997년 에이드리언 레인과 동료들은 신경 영상 기법을 사용한 대규모 연구를 실시했는데요. 이 연구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스캔을 통해 살인죄로 재판받게 될 41명의 뇌 활동을 통제 피험자 41명의 뇌 활동과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살인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의 시상에서는 활동이 증가했으며 동시에 앞이마엽(전전두엽) 겉질은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PET 스캔은 뇌 기능 장애가 일부 공격성 및 폭력성 유형과 관련이 있다는 유력한 증거를 보여준 것인데요. 하지만 레인은 이를 근거로 뇌 기능의 차이가 반드시 공격 행동을 유발한다고 볼 수 없고, 뇌 스캔 같은 방법으로 누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렇지 않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격성과 관련된 유전 증거

1993년 심리학자 한스 브루너(Hans Brunner) 연구팀은 폭력 행동 이력이 있는 네덜란드인 가문을 연구했는데요. 이 가문의 몇몇 남자들은 공격성이 강하기로 유명했고, 강간과 방화 외에도 심각한 강력 범죄 전과가 있었으며, 심지어 업무가 부실했다고 비난한 고용주를 차로 치려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행동에 유전적 연관성이 있을 법한 패턴이 나타났는데요. 브루너는 이 가문의 모든 남성에게 뇌에서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특정 형태의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냈습니다. 그 유전자는 시냅스를 통해 전달된 세로토닌을 비롯해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모노아민 산화효소(MAOA)를 만들어 내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였는데요. MAOA 수치가 낮다 보니 세로토닌 수치에 불균형이 생기고, 그 때문에 이 집안의 남성들이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쥐를 사용한 연구에서도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공격 및 폭력 행동을 조절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함이 있는 MAOA 유전자는 X염색체에서 암호화되고, X염색체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습니다. 여성은 부모 모두에게 X염색체를 물려받으므로 사실상 결함 있는 유전자가 희석되지만 남성은 결함이 그대로 전달되므로 공격성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의 원인을 생물학적 요인에서 찾으려는 것은 결정론적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기도 합니다.

 

뇌 스캔 기법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전과 달리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을 가지게 됐는데요. 덕분에 어떤 경우에는 뇌의 구조 및 기능 차이가 공격성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에이드리언 레인이 언급했듯이 개인의 뇌 스캔을 바탕으로 폭력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개인이 유전적으로 공격적 성향을 타고났다 해도 올바른 양육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전혀 그런 행동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격성에 대한 행동주의 설명

환경 조건이 공격 행동을 발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사회 학습 이론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배운다고 주장하는데요. 따라서 아이들은 공격 행동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경험하면서 배운다는 것입니다.

 

1930년대에 등장한 좌절-공격 이론(frustration-aggression theory)은 공격성의 원인이 행동 문제라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내적/외적 요인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좌절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존 달라드(John Dollard)와 그의 동료들은 좌절이 생기면 어떤 형태로든 언제나 공격성이 나타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공격성이 항상 좌절로부터 비롯된다고 가정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모두 알고 있듯이 우리는 다들 좌절을 겪지만 모두가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좌절-공격 이론은 좌절하게 만든 상대방에게 보복 행동을 드러낼 때 공격성의 강도가 가장 크다고 답합니다.

 

정신 역동 이론은 우리 자아를 보호하려면 마음을 정화하는 형태로 좌절을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스포츠 등을 통해 적절하게 공격성을 사용(승화)하거나 공격성의 방향을 다른 대상이나 사람으로 돌릴(전치/치환) 때 가능합니다.

 

전치는 좌절의 원인을 공격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할 때 일어납니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매일 같이 목격하는데요. 예를 들어 교통 체증에 갇힌 운전자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직장에서 컴퓨터 때문에 짜증이 극에 달해 누군가가 키보드를 내던지거나, 집에서 조립식 가구를 조립하느라 몇 시간 동안 낑낑대다가 남은 나사가 든 봉지를 방바닥에 내던지는 등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좌절 때문에 일어난 공격성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행동주의 설명은 공격성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그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좌절하거나 질투하거나 불신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극단적인 공격성과 폭력성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어떤 개인이 높은 공격성을 드러낸다면 유전자, 생물학적 요인, 환경에 따른 조건 형성이 함께 작용하여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 공격성을 보이기 쉬운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이런 개인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할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 못지 않게 환경 조건도 똑같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