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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심리학의 영역을 넓힌 ‘인본주의 심리학’ –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 칼 로저스

by 7hinking 2024. 4. 4.

1960년대와 1970년에 걸쳐 미국에서 발달한 인본주의 심리학은 행동주의 이론가와 인지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던 싸움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관점은 환경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나 인지의 기계론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인간의 경험을 중심으로 심리학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뿌리는 19세기 후반에 유럽에서 등장한 실존주의 철학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철학자달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종종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실존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우려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본주의 심리학은 이론적인 접근법과는 달리 치료에 대단히 실용적인 접근법이며, 인간의 행동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학입니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이론가였는데, 그는 주로 동기와 인간의 타고난 자기실현 욕구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세우고자 노력했으며, 이 이론은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hierarchy of needs)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슬로는 이 이론으로 인간에게는 기본 욕구들이 있고, 특정한 순서로 이 욕구들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욕구의 위계는 대개 피라미드로 나타내며, 생존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맨 아래에, 가장 높은 수준의 심리적 욕구인 자아실현은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매슬로는 한 사람이 욕구 피라미드에서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려면 그 이전 단계를 반드시 충족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들은 사람의 일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지속된다고 믿었습니다. 추후 매슬로는 개인이 윗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각 단계의 모든 욕구 조건을 꼭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가능한 한 최고의 부모가 되고 싶은 욕망처럼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영엑의 욕구 위계를 별개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슬로는 자기가 볼 때 건전하고 창의적이며 생산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성격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그들이 어떤 특성을 지녔기에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매슬로가 연구한 대상은 루스벨트, 아인슈타인,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 등이었는데요. 매슬로는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이야말로 인간의 삶에서 최고의 성취를 거둔 사람이라고 믿었고 그들이 창의성, 개방성, 자발성, 애정, 동정심, 타인에 대한 염려 등 비슷한 특질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 대부분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어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부딪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아실현자는 자신의 존재를 초월하는 강렬한 ‘절정 경험’을 하고, 그때 느낀 의미 있는 감정을 계속해서 추구하게 됩니다. 자아 실현자들 중에는 소수의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어서 매슬로는 자아실현을 달성한 사람들이 ‘일관성 있는 성격 증후군’을 나타내고 최적의 심리적 건강과 기능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낮은 수준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실패해, 안타깝게도 진행이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위계를 따라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을 가지지만 서로 다른 단계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도 있습니다. 이혼이나 소득 상실 등과 같은 사건들을 겪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요. 따라서 모든 사람이 윗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욕구 변화에 따라 단계 사이를 오가기도 합니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으로 그는 심리학의 연구 분야를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문제 없이 제 기능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영역으로 넓혔고, 그 과정에서 성격 심리학에 좀 더 긍정적인 빛을 비췄습니다.

 


칼 로저스

칼 로저스(Carl Rogers)는 매슬로와 더불어 인본주의 운동을 창시한 사람 중 한 명 입니다. 칼 로저스는 저명한 인본주의 심리학자로서 매슬로가 내세운 주요 가정에 동의하면서도 건강한 개인의 성장 잠재력에 초점을 맞춰 ‘훌륭한 삶’을 살아가려면 무조건적인 사랑과 올바른 환경, 공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칼 로저스와 매슬로는 자유 의지와 자기 결정을 받아들여서, 사람에게는 가능한 한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칼 로저스는 성격 발달 이론으로 인본주의 심리학 분야를 발전시켰는데요. 그는 가능한 한 최고의 능력을 달성하려고 하는 기본 동기를 의미하는 ‘실현 경향성(actualizing tendency)’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칼 로저스는 인간이 적극적이고 창의적이며 경험하는 존재로서 현재를 살아가며, 자유 의지를 실천하고 자신이 지각한 자기 주변의 세상에 주관적으로 대응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 사람들이 선하게 태어나며, 만약 환경 조건이 맞는다면 식물이 꽃을 피우듯이 번영하여 잠재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로저스는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가혹하지 않게, 자기 자신을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치료 기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인데요. 그는 이 접근법을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라고 칭하면서 이 기법을 통해 환자들을 건강한 상태로 이끌며 치료 접근법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당시 인본주의 심리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상과 실제

칼 로저스 이론의 핵심은 어떤 사람이 자아실현을 달성하려면 ‘이상적 자기’와 ‘실제 자기’ 사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상적 자기’란 사람들이 꿈꾸고 희망하는 모습의 사람이고, ‘실제 자기’란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일치’는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에 대한 생각이 비슷해서 자기 개념이 정확한 상태를 의미하구요.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가 일치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자존감이 높으며 생산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의 차이가 클 경우 우리는 로저스가 ‘불일치’라고 말한 상태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불일치를 경험하면 정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로저스는 삶을 발달 단계가 아니라 원리라는 관점에서 생각했는데요. 그는 이런 원리가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유동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완전하게 기능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잠재력을 실현하겠다고 마음먹지만 이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로저스는 이를 가리켜 ‘훌륭한 삶’이라고 불렀습니다.

 

훌륭한 삶이란 존재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는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이다.” – 칼 로저스(1967)

 

로저스는 완전하게 기능하는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성격의 특징을 5가지 찾았는데요. 아래와 같은 특징 5가지 입니다.

 

1.    완전하게 기능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한다.

2.    사건을 왜곡하기 보다는 사건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완전하게 경험하는 모습을 보인다.

3.    사람들의 결정은 옳은 결정이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믿으면서 느낌과 본능 그리고 직감을 신뢰한다.

4.    창의적인 생각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인생을 이루는 특징이다.

5.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찾고, 매우 행복하며 삶에 만족한다.

 

로저스는 문제 없이 제 기능을 하는 사람들은 균형이 잘 잡혀 있고 배움에 적극적이며,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서 높은 성취를 달성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슬로와 로저스 등 인본주의의 전체론적 접근법은 대체로 개인에 대해서는 상당한 통찰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정확하게 연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불변하는 성질이나 모습이 변하는 원인을 찾아 핵심 이론을 뒷받침할 경험적 근거가 희박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인본주의 심리학의 접극법은 심리학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도록 뒷받침해 심리학적 개입이 필요한 사람뿐 아니라 건강한 개인들까지 살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본주의 접근법은 심리학의 관심 영역을 넓혔고,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삶’을 살아갈 동기와, 그런 삶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