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우리말이지만,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이게 맞나?’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특히 메시지를 보내거나 보고서를 쓸 때, 사소한 맞춤법 하나가 글 전체의 인상을 좌우할까 봐 조심스러워지곤 하죠.
그중에서도 ‘-든’과 ‘-던’은 많은 분이 가장 헷갈려 하는 단골손님입니다. “가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라고 써야 할지,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고 써야 할지 몰라 손가락이 멈칫했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오늘은 이 지긋지긋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든’과 ‘-던’이 각각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명확하게 알아보고, 다시는 헷갈리지 않을 1초 구별법까지 확실하게 알려드릴게요!
'든' vs '-던', 선택과 과거를 나누는 두 글자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두 글자, ‘-든’과 ‘-던’. 하지만 이 둘은 문장 속에서 완전히 다른 역할을 수행합니다.
“밥이든 빵이든”이라는 말과 “어제 먹던 빵”이라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인 것처럼 말이죠. 이 둘의 차이만 명확히 알아도 우리말 실력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습니다.
1. 선택의 귀재, '~든' (또는 '~든지')
‘-든’은 한마디로 ‘선택’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상관없음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연결 어미입니다. ‘-든지’가 원래 형태이며, ‘-든’은 그것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든’과 ‘-든지’는 의미 차이 없이 똑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 기능: 나열된 것들 중 어떤 것이든 OK! (Choice & Indifference)
‘-든’은 둘 이상의 것을 나열하고 그중 어떤 것을 고르더라도 괜찮다는 ‘선택’의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다는 ‘무관함’의 뜻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예시 문장으로 살펴보기]
● 사과든 배든 네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
(→ 사과와 배,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괜찮아.)
● 가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
(→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없어.)
●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우리는 예정대로 출발할 겁니다.
(→ 비가 오는 상황이든, 눈이 오는 상황이든 관계없이)
● 그 사람이 누구든 들어오라고 하세요.
(→ 그 사람이 A이든 B이든 C이든 상관없이)
★ ‘-든’ 확인 비법: ‘-거나’로 바꿔보세요!
‘-든’이 헷갈릴 때는 그 자리에 ‘-거나’를 넣어보면 아주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거나’ 역시 여러 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든’ 대신 넣었을 때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든’이 맞는 표현입니다.
◆ 사과거나 배거나 네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 (O, 자연스러움)
◆ 가거나 말거나 네 마음대로 해. (O, 자연스러움)
2. 과거의 이야기꾼, '~던'
반면 ‘-던’은 ‘과거’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말할 때 사용됩니다.
과거에 했던 행동이나 겪었던 상태를 설명하는 관형사형 어미입니다. 즉, 명사 앞에서 그 명사가 과거와 관련 있음을 꾸며주는 역할을 합니다.
핵심 기능: 과거의 어떤 시점을 회상 (Recollection & Past Tense)
‘-던’은 막연한 과거의 어떤 시점에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았거나, 과거부터 쭉 이어져 온 상태나 행동을 회상하며 말할 때 사용됩니다.
[예시 문장으로 살펴보기]
● 이것은 내가 어젯밤 읽던 책이다.
(→ 어젯밤에 읽는 행위를 했지만 아직 다 끝내지 않은 책)
● 우리가 자주 가던 식당이 문을 닫았다.
(→ 과거에 자주 갔었던 경험이 있는 식당)
● 그렇게 착하던 그가 변했다니 믿을 수 없어.
(→ 과거에는 착한 상태였던 그)
● 어릴 적 살던 동네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 과거의 특정 기간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동네)
★ ‘-던’ 확인 비법: ‘과거 이야기’인지 확인하세요!
‘-던’은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것이므로, 문장의 내용이 ‘지난 일’에 대한 것인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어제’, ‘예전에’, ‘어릴 적’과 같은 과거를 나타내는 부사와 함께 쓰일 때가 많아 구별하기가 더욱 쉽습니다. ‘-거나’를 넣었을 때 문장이 어색하다면 정답은 ‘-던’일 확률이 99%입니다.
◆ 어젯밤 읽거나 책이다. (X, 매우 어색함)
◆ 자주 가거나 식당이 문을 닫았다. (X, 매우 어색함)
3. '~든' vs '~던', 1초 만에 구별하는 최종 비법
자, 이제 모든 설명이 끝났습니다. 복잡한 문법 용어는 잊어버리셔도 좋습니다. 이것 하나만 기억하세요.
선택은 ‘-든’, 과거는 ‘-던’
문장을 보고 이것이 ‘선택’에 관한 이야기인지, ‘과거 회상’에 관한 이야기인지만 구분하면 됩니다.
| 구분 | ~든 (든지) | ~ 던 |
| 핵심 의미 | 선택, 나열, 무관함 (Choice) | 과거 회상 (Recollection) |
| 확인 비법 | '~거나'로 바꿔도 말이 된다. | 과거의 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
| 대표 예시 | 밥이든 빵이든 아무거나 | 어제 먹던 빵 |
‘-든’과 ‘-던’은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쉽지만, 그 의미는 ‘선택’과 ‘과거’라는 명확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하셔서 앞으로 글을 쓰거나 말할 때, 상황에 맞는 정확한 표현을 자신 있게 사용해 보세요.
이 작은 차이를 구분해서 쓰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문장은 훨씬 더 명확하고 자연스러워질 것입니다. 정확한 우리말 사용으로 글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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