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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식쌓기

국민연금 개혁안 '자동조정장치'란 무엇일까요?

by 7hinking 2024. 9. 9.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자동조정장치(Automatic Adjustment Mechanism)'가 핵심 요소로 포함되었습니다. 이 장치는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제도로,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라 다양한 의문과 오해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자동조정장치의 작동 방식과 해외 사례, 도입에 따른 효과 등을 알아보고, 이를 둘러싼 논란과 과제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자동조정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나?

자동조정장치는 연금기금의 안정화 장치로서, 인구·경제적 변화에 맞춰 연금액의 상승폭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는 가입자 수, 기대수명, 경제성장률 등의 변수를 반영하여 연금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매년 연금액이 자동으로 인상됩니다. 예를 들어, 올해 물가상승률이 5%이면 월 100만 원을 받던 연금이 다음 해에는 월 105만 원으로 증가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검토 중인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가입자 수 감소나 기대수명 증가 같은 변수에 따라 연금 상승폭이 제한됩니다. 가령, 가입자 감소율이 2%, 기대수명 증가율이 1%라면, 물가상승률 5%에서 이 두 비율을 뺀 2%만큼만 연금이 인상됩니다. 즉, 연금 수급자는 다음 해에 월 102만 원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2. 다른 국가들의 자동조정장치 사례

자동조정장치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도입된 제도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24개국이 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작동 방식은 각 국가별로 상이합니다. 대표적인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 일본: 2004년부터 도입된 자동조정장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 방식을 적용하여, 물가나 임금 상승에 따라 연금 인상폭을 조절합니다. 가입자 감소율과 기대수명 증가율을 고려하여 연금액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인상률을 유지합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된 점이 일본 제도의 특징입니다.

 

스웨덴: 1998년부터 자동조정장치를 운영하며, 연금 재정 상태가 악화될 때(균형지수 1 미만) 연금액을 조정합니다. 이를 통해 연금 재정이 불안정해질 때 자동적으로 대응하여 재정적 위기를 피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핀란드: 2010년부터 도입된 제도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더라도 수급자가 평생 받을 수 있는 총 연금액을 조정하여, 연금 수급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반영합니다. 즉, 기대수명이 길어지면 연금액이 매년 소폭 줄어들 수 있습니다.

 

독일: 고령화로 인해 제도부양비(가입자 및 실업자 대비 수급자 수)에 연동하여 연금액을 조정합니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연금 재정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방식입니다.

 

3. 자동조정장치=자동 삭감?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일부에서는 연금이 자동으로 삭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연금액을 줄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더라도 물가상승분만큼 연금을 온전히 인상하지는 못할 수 있지만, 최소한 전년도 수준의 연금은 보장한다는 방침입니다. 즉, 연금이 줄어드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국민들의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연금 재정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본인이 낸 만큼은 돌려준다"는 정부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4.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시기상조인가?

야당은 국민연금 개혁안의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한민국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노인들의 부동산 자산을 소득화할 경우 빈곤율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자동조정장치가 연금 재정의 안정화를 위한 미세조정 장치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노인 빈곤율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5.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자동조정장치는 이론적으로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도입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2018년 대연정 출범 당시, 사회민주당의 요구로 2025년까지 자동조정장치 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제도 운영이 변동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민연금 개혁안의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제도입니다. 인구 고령화와 경제성장 둔화 등의 상황에서 연금 재정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입니다.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 여러 국가가 이미 유사한 장치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연금 재정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제도는 정치적 논란과 연금 삭감에 대한 우려가 따를 수 있지만, 정부는 최소한 전년도 수준의 연금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연금 개혁안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시행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합의가 중요합니다.